스포츠에서 영구결번이란, 특정 팀에서 특정 선수의 업적이나 헌신적인 면 등을 기리기 위해 해당 선수가 현역 시절 달고 있었던 등번호를 이후 다른 선수들이 달 수 없도록 정해놓는 것입니다. 많은 스포츠 중 특히 야구에서는 이 영구결번이 자주 사용되고 있는데요. 그런데 야구보다 국제적으로 더 인기가 많은 축구 종목에서는 왜 영구결번이 잦지 않을까요? 특히나 리오넬 메시처럼 특정 팀을 떠올리면 딱 생각나는 선수들도 많은데 왜 팀에서는 이들의 영구결번을 지정해주지 않을까요? 오늘은 그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1. 축구에서의 등번호 의미
현대 스포츠에서 등번호의 의미는 크게 2가지를 나타내는데 첫 번째가 포지션, 두 번째가 선수의 이미지(자율성)을 의미합니다. 과거에는 등번호가 해당 선수의 포지션 만을 의미했다면, 현대 스포츠에 오게 되면서 선수의 자율성을 많이 보장해주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스포츠에서의 등번호가 이 두 의미를 동일하게 나타내고 있지는 않습니다. 쉽게 말해, 야구에서는 등번호가 포지션의 의미도 있지만 그보다는 선수의 이미지나 자율성을 보장하는 의미를 더 많이 나타냅니다. 반면 축구에서는 선수의 이미지나 자율성을 보장해주지만, 아직까지는 등번호가 특정 포지션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야구에서는 1번이 포지션 넘버로서 투수를 의미하기 때문에, 주로 x1로 끝나는 등번호는 투수가 가져가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선수 본인들이 달고 싶어하는 번호를 그냥 달고 있습니다. 반면 축구에서 1번은 오로지 골키퍼만 달 수 있는 번호이죠. 이처럼 축구는 야구에 비해 등번호가 가지는 의미 중에서 포지션의 의미가 강합니다.
2. 리그별 등번호 규정
여기에 더불어서 축구에서는 각 리그별로 등번호 규정이 따로 있습니다. 쉽게 생각했을 때, A매치 경기 즉 국가대표 경기(물론 리그는 아니지만)에서는 80번이나 99번이나 30번 등의 번호가 없는 것만 봐도 FIFA가 등번호에 대한 규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각 리그에서는 특정 등번호만 선택할 수 있는 리그별 규정이 있는데요. 이러한 규정 때문에라도 사실 축구에서는 영구결번이 거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리오넬 메시를 바르셀로나의 10번으로 영구결번 지정을 하면, '1군 선수의 등번호는 1번부터 25번까지로 제한한다'는 리그별 규정으로 등록할 수 있는 1군 선수의 수가 25명에서 24명으로 줄게 됩니다. 따라서 다음부터는 리그별 등번호의 규정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라리가
<라리가 등번호 규정>
- 1군 선수의 등번호 : 1번 ~ 25번
- 1군 선수 중 1번과 13번은 골키퍼 전용 번호이며, 골키퍼를 3명 등록하고 싶다면 25번만 사용할 수 있음
- 1군 등록 필드선수들은 23명까지만 등록할 수 있음
- 예외를 두고 싶다면 사무국의 허가 필요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은 매우 빡빡한 규정입니다. 1군에 등록할 수 있는 등번호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로 인해 등록할 수 있는 필드플레이어와 골키퍼의 수도 정해져 있습니다. 따라서 선수를 영입하거나 특정 선수의 부상이 있을 때도 이러한 규정을 고려하며 선수를 등록하거나 배제해야 합니다. 이러한 리그 규정 속에서는 정말 영구결번이 왜 없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그앙
<리그앙 등번호 규정>
- 1군 선수의 등번호 : 1번 ~ 50번
- 1번, 16번, 30번은 골키퍼만 달 수 있으며, 4명 이상 등록 시 30번이나 50번으로 제한한다.
- 예외를 두고 싶다면 사무국의 허가 필요
라리가에 비해서는 훨씬 자유로운 리그앙의 등번호 규정입니다. 1군 선수들은 대부분 1번에서 40번 안으로 등번호를 달도록 제한하지만 50번까지도 허용해주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또한 골키퍼 등록도 등번호는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3명 이상 4명, 5명까지도 1군에 등록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여유가 있어 보이는 모습입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이번에 파리 생제르망으로 이적하게 된 리오넬 메시의 등번호가 30번인데요. 사실 30번은 골키퍼 등번호입니다. 하지만 구단의 사무국에 대한 요청과 이에 대한 허용으로 리오넬 메시 선수가 30번을 달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무국의 모습만 봐도 규정은 있지만 어느 정도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모습을 알 수 있습니다. 앞의 라리가보다는 영구결번이 어느 정도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분데스리가
<분데스리가 등번호 규정>
- 1군 선수의 등번호 : 1번 ~ 40번
- 골키퍼 등번호 제한 없음
- 예외를 두고 싶다면 사무국의 허가 필요
갈 수록 자유로워지는 것 같은데요. 분데스리가의 경우 골키퍼 등번호 제한이 없음으로 리그앙보다 좀 더 등번호 선택에 자유로운 경향이 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프리미어리그 등번호 규정>
- 등번호 자유 (하지만 주로 높은 것보다는 낮은 것으로 제한을 거는 경우가 많음)
- 리저브 팀(2군)팀과 등번호를 공유 (해당 팀의 1군, 2군 모든 선수가 겹치는 등번호 사용 불가)
- 따라서 대부분 1군은 40번대 안쪽으로, 2군은 40번대 이후로 등번호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음 (예외는 당연히 있음)
이제는 정말 자유로워 졌는데요.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이전에서 언급한 리그보다 등번호 선택이 매우 자유롭습니다. 물론 사무국의 허가가 필요하지만, 선택지가 훨씬 다양해졌다는 것만 해도 선수들의 자율성을 많이 보장해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세리에 A
<세리에 A 등번호 규정>
- 등번호 선택에 있어서 5대 리그 중 가장 자유로움
- 리저브팀(2군)과 등번호도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정말 마음대로 선택 가능
세리에 A에 와서는 그냥 자유라고 보시면 됩니다. 특히 2군 선수들과 등번호를 함께 쓰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자유롭고 이로 인해 다양한 번호들을 선수들이 선택합니다. 아마도 가장 많은 영구결번이 있겠죠?
3. 축구에서의 영구결번
이러한 제약들로 축구에서는 영구결번 지정이 거의 없지만, 그래도 영구결번 지정 사례는 몇 차례가 있었습니다.
리그 | 팀 | 선수 | 비고 |
분데스리가 | 볼프스부르크 | 19.주니어말란다 | 교통사고 사망으로 18-19시즌까지 영구결번 |
세리에A | AC밀란 | 3. 체사레 말디니 3. 파울로 말디니 |
AC 밀란 3번은 말디니 가문만 달 수 있음 |
세리에A | AC밀란 | 6. 프랑코 바레시 | 원클럽맨 수비수 |
세리에A | FC인테르 | 3. 자친토 파게티 4. 하비에르 사네티 |
은퇴 후에도 부회장 등으로 왕성한 활동 |
프리미어리그 | 맨체스터시티 | 23. 마르크 비비앙 푀 | 심장마비 사망을 기리기 위함 |
프리미어리그 | 첼시 | 25. 지안프랑코 졸라 26. 존 테리 |
영구결번으로 지정한 것은 아니나, 구단차원에서 다른 선수가 이 번호를 사용하지 않도록 관리중 |
리그앙 | RC 랑스 | 17. 마르크 비비앙 푀 | 위의 같은 이유 |
표를 보시면 등번호의 자유도가 가장 높았던 세리에 A가 역시나 영구결번이 많습니다. 특히나, 3번, 6번, 4번과 같이 핵심 번호에도 영구결번을 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좀 더 자유도가 있었던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영구결번 혹은 영구결번에 준하는 결정이 내려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리그앙이나 라리가, 분데스리가 등의 리그에서는 아예 영구결번을 지정하지 않거나, 혹은 지정 후에 해제하거나 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은 축구 선수들의 영구결번이 다른 스포츠에 비해 지정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많은 스포츠 종목들은 숱한 역사의 과정 속에서 스포츠를 빛내준 선수들을 기리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그중 영구결번 지정이라는 방법도 사용합니다. 하지만 축구의 경우, 축구에서 등번호가 가지는 '포지션'이라는 의미의 중요성과 각 리그별 등번호에 대한 규정으로 인해 쉽게 영구결번을 지정할 수 없으며 다른 방식으로 해당 선수를 기리고 있습니다. 크게 변화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축구에서는 선수들의 영구결번을 많이 볼 수 없겠지만, 반대로 특정 팀에서의 상징적인 번호를 달게 되는 선수들이 누가 있었으며 또한 어떻게 변화해 나가는지를 보는 것도 큰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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